“지리산 자락에서 체계적 교육…’귀농인의 천국'” - 전남일보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9-04-19 09:43 조회 :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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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 가보니
전남도에 구례 단 한 곳, 10개월간 체류하며 영농교육 진행
교육비·숙소 이용료 16~28만원… 예비 귀농인 부담 최소화
자체 동아리 활동 등 공동체 의식 함양 프로그램 운영 ‘눈길’


“제 자신에게 모진 행동을 할 정도로 우울증이 심했습니다. 이곳에서 자연과 함께 숨 쉬니 거짓말처럼 나아지고 있습니다. 고향 예천에서 땅콩이 유명해 심었는데, 금방 죽더군요.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배울 시간은 충분하니까요.”

지난 16일 지리산이 자아내는 호젓한 풍광이 끝없이 펼쳐지는 구례군 용방면, 그곳에 자리한 구례군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를 찾았다. 포항에서 교직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조현재(60)씨를 만났다. 과거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람 같지 않게 조씨의 표정은 평온하고 따뜻했다.

조씨를 비롯한 36명, 29세대의 예비 귀농인들은 지난달 제3기 체류형 지원센터에 교육생으로 입교했다. 3기 교육생 대표인 조씨는 “누구나 살고 싶은 그림 같은 경관, 쾌적한 시설, 부담 없는 이용료, 내실 있는 기술교육, 공동체 생활, 모든 게 좋다”면서 “장기 기술교육은 물론 지역에 적응할 기회도 제공해, 농촌 생활을 좀처럼 경험하기 힘들었던 대도시 출신 예비 귀농인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유일 ‘귀농사관학교’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는 전국 8곳(제천, 영주, 금산, 홍천, 고장, 영천, 함양, 구례)에 있다. 전남도에선 구례군에 유일하게 설립됐다.

이곳은 예비 농업인이 10개월간 가족과 함께 체류하면서 영농기술교육과 함께 농촌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귀농사관학교’다.

지난 2013년 구례군은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 국비 40억·도비 12억·군비 28억원 등 총 80억원의 사업비를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 건립에 투입했다.

센터는 지난 2015년 11월 착공, 2017년 1월에 귀농인 35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완공됐다. 센터는 지난 2017년 3월 6일부터 운영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1기 25세대 27명, 2기 23세대 25명이 센터를 수료했다. 운영 총괄은 구례군 농업기술센터가 맡고 있다.

조씨의 안내를 받아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1만3400여㎡에 달하는 드넓은 텃밭이다. 텃밭에서는 교육생들이 실습수업으로 심은 작물이 하나 둘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하우스 시설(3동)과 퇴비장, 버섯 재배사, 교육관 등도 마련돼 있다.

조씨는 “텃밭은 개인별로 40평이 주어졌다. 센터에서는 교육과 함께 영농 도구와 퇴비 등도 전부 지원한다”면서 “하우스에서는 쌈채소를 기르고, 버섯 재배사에서는 원목표고버섯이 자라고 있다. 버섯 교육도 인기가 많은데, 물과 온도조절만으로 충분한 수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텃밭과 함께 10개월간 체류할 수 있는 숙소를 운영한다. 기숙형 숙소 1동(30실), 단독형 주택 5동이다. 세대별로 입주하는 방과 체력단련실, 휴게실과 취사 가능한 공동식당 등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다.

특히 센터의 한달 이용료가 숙소 형태에 따라 기숙사형(28.7㎡) 16만원, 단독주택형(40.2~57.6㎡) 21~28만원으로 나뉘는데, 쾌적한 시설에 교육비까지 포함되는 것을 고려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해 구례군은 서울시와 교류협력을 추진, 서울에서 센터로 입교한 교육생들에게 서울시에서 이용료의 60%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론·실습 겸한 체계적 교육

교육생들은 지난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과정으로 장기 체류하면서 기초농업, 전문실습, 농촌문화 등 이론과 실습을 겸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이번 교육은 총 22회, 88시간 내외로 구성됐다.

3기 교육생들은 지난달 5일 입교식을 시작으로 다양한 영농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 초기인 3월에는 기본적인 농기계 조작법, 감자와 쌈채소 기르기로 기본적인 텃밭 가꾸기 실습이 진행됐다.

지난 9일 구례군 체류형농업창업센터 교육생들이 양봉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 구례군농업기술센터 제공
이달부터 교육생들은 작물 재배기술을 배우고 있다. 세부 내용으로는 버섯 재배사에서 표고버섯 기르기, 양봉 사양기술 및 농가 견학, 옥수수, 당근, 고추 재배기술, 농약 사용법 등이다. 이와 함께 농산업 마케팅, 마을공동체 활성화 방안, 친환경 인증에 관한 영농경영수업도 병행된다.

다음 달에는 더 다양한 작물의 재배기술을 배우게 된다. 참깨·들깨와 구례 특산물로 유명한 오이, 애호박 등의 재배기술교육이 예정돼 있다. 현장 실습으로 꽃차와 약초 탐방, 도자기 만들기 체험도 포함됐다.

6월에는 농업경영의 심화 과정으로 마케팅 플랫폼, 농산물 온라인 직거래 등의 교육이 이뤄지고, 야생화 재배 현장도 방문하게 된다. 모심기 체험과 함께 본격적으로 귀농 농촌 창업 계획서를 작성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구례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예비 귀농인들이 교육 수료 후에 영농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기본적인 작물 재배기술부터 농업·창업 경영까지 아우른 폭넓은 주제로 교육을 구성했다”면서 “센터 수료생이 실제 전남지역에 정착하는 비율은 72% 정도로 조사됐다. 귀농 정착률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한 알찬 교육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치위원회 구성, 공동체 활동”

구례군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농촌 공동체와 문화를 체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교육생들은 ‘자치위원회’을 꾸려 공동체를 형성했다. 회장을 맡은 조현재씨를 중심으로 한 자치위원회는 공동 규범 등을 만들거나, 센터 생활을 하며 발생하는 애로사항 등을 청취한다. 기숙형 숙소 안 ‘자치회의실’에서 회의가 개최된다.

조씨는 “교육생들은 센터에서의 공동체 활동을 시작으로 지역사회에 적응하는 훈련을 통해 자치위원회의 활동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자치위원회 활동을 통해 교육생들이 자신을 센터 운영의 주체로 인식하게 되고, 교육에 참여하는 자세도 바로잡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센터 운영진은 공동체 생활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동아리 활동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신청자를 받아 매주 정해진 날에 일과시간 종료 후 통기타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구례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통기타 동아리를 하며 친밀해진 교육생들은 관심 분야가 같은 사람끼리 자체 모임도 만들곤 한다”면서 “예비 귀농인들이 농촌사회에 잘 융화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농촌정착을 돕는 프로그램을 더 다양화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구례=김상현 기자 islee@jnilbo.com
김화선 기자 hwasun.kim@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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