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승의 지리산통신] 살아보고 싶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9-08-14 10:11 조회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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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고 싶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고샅길 집집마다 100년은 쉬 넘었을 산수유 나무가 있는 마을, 봄이면 복수초가 희망의 상징으로 피는 마을, 돌담 사이로 영춘화가 피어 손을 흔드는 마을, 가을이면 밤 하늘 별 보다도 찬란하게 산수유가 열리고 마당마다 붉은 산수유 햇볕에 말리는 마을, 골목을 돌며 마주치는 이모님들은 '어디서 왔느냐, 쉬엄쉬엄 보고 가시라!' 정답게 말을 걸어오는 마을에서 언젠가 한 번은 꼭 살고 싶은 내 마음속의 마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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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만복대가 병풍처럼 펼쳐진 30여 호의 현천마을은 화순 최씨가 이주하여 생긴 마을입니다. 775m의 뒷산 견두산은 그 형상이 검은 현(玄) 모양새이고 산의 정상인 옥녀봉의 옥녀가 빨래를 하는 맑은 내(川)가 마을로 흘러든다하여 사람들은 이곳을 현천이라 명하였고 순우리말로 '개머내'라 합니다. 개머내는 '검은 내'가 '거먹 내'로 변했다가 현재의 '개머내'로 구전되어 불리우게 된 것입니다. 현천마을은 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산수유꽃과 함께 살아가는 언젠가 한 번은 꼭 살아보고 싶은 검은 내의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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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00여 호의 마을은 현재 30여 호의 아담한 마을로 변했으나 옛 골목길과 돌담 그리고 옛 집터에 남아 있는 고목 산수유는 주인을 기다리는 듯 옛 마을의 정취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긴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오면 제일 먼저 피는 꽃이 산수유입니다. 산수유 붉은 열매는 눈 내리는 겨울철에도 꽃보다 찬란하게 매달려 가지에 눈이라도 내려 쌓이는 날은 더없이 멋진 겨울 풍경을 만듭니다. 이른 봄에 노오란 산수유꽃이 피면 마을은 일시에 활기를 되찾고 찾아 오는 관광객은 기대하지 않은 호사를 누리게 되는 산수유 1번지 현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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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의 고장 구례 산동면 현천마을에 서울 사람들이 찾아들었습니다. '전인화, 은지원, 조병규, 김종민' 이렇게 4명이나 한꺼번에 이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고 싶다며 빈 집을 구하고 이사를 와서 '주민으로 잘 살겠습니다. 예쁘게 봐 주세요!' 신고식을 하였습니다. 그들로 인해 적적하던 마을은 산수유꽃보다 더 반가운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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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일부터 방영된 MBN의 '자연스럽게'는 매주 토요일 밤마다 현천마을의 사람 사는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산골 사람들의 이야기, 시속 20km 경운기의 속도로 움직이는 마을, 오이냉국이 시원하다고 얼음 동동 띄워 나누는 마을, 늦잠이라도 잘라치면 해가 중천이라고 대문 열고 들어오는 마을, 시간이 멈춘 것 같지만 어느 집에 누가 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고 회자되는 마을, 고운 햇볕에 고추, 토란을 말리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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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사람들이 이곳에서 경험할 낯설지만 정 가득한 이야기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드는 햇볕에 감사하고 달빛과 별빛에 의지해 길을 찾고 쉼을 얻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경이롭고 평화로운 삶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지불하며 도시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참으며 내일을 기약하고 있지는 않는지, 평화와 자유로운 영혼을 갈망하면서도 하는 일에 얽매어 있지는 않은지...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현천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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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바람 고운 햇볕에 산수유 익어가고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집집마다 골목마다 수를 놓은 듯 붉은 산수유로 가득할 현천마을, 현천으로 오십시오. 언제든 오십시오. 손님으로 오시지 말고 주인의 마음으로 오십시오. 조급한 마음일랑 마을 동구에 다 내려 놓으시고 바람처럼 오십시오. 자연스럽게 오셔서 그대 가슴에도 산수유 한 그루 심어 가시기 바랍니다. 현천 개머내에 손과 발을 씻고 마음도 씻어 가시기 바랍니다. 현천이 구례이고, 구례가 현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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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노란 꽃

산수유 붉은 열매

손으로 왔다가

자연스럽게 물들어

사랑나무 가슴에 심어 떠나는

그대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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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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