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승의 지리산통신] 여름 지리산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9-07-24 09:19 조회 : 112
파일













여름 지리산

.

.

사람을 만나려거든 산으로 가라

겸손에 물든 사람은 산으로 간다

산길에서 마주치면 먼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머리숙여 미소로 답하는 산으로 가라

.

꽃을 만나려거든 산으로 가라

손 흔들며 반겨주는 산으로 가라

정상이 가까울수록 꽃은 작아지나니

작아지면서도 강인한 꽃을 보려거든

산으로 올라 정상 밑까지만 가라

.

고립을 원하거든 산으로 가라

산과 산은 무원의 섬이 되나니

혼자서 잠들고 혼자 깨어나 울다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느껴질 때까지

고립의 섬에 그대를 유폐시켜볼지라

.

산은 오를수록 부드러워 지나니

송곳처럼 모가나 아무데나 찔러보는 그대라면

몸과 몸을 기대어선 능선에 서서 볼지라

그대 가슴에 누구 한 사람도 담을 수 없는

얼마나 옹졸하고 편협한 그대인지 알게 되나니

.

자유가 되려거든 산으로 가라

바람은 바람으로 구름은 구름으로

서로 연연해 않나니 어떤 후회도 없나니

아낌없이 준 자의 모습으로 훌훌 떠나가나니

그런 자유가 되려거든 산으로 가라

.

큰 무덤같은 산으로 가서

그대의 무망한 말도 속된 생각도

돌무덤에 꽁꽁 밟아 묻어놓고

올라갔던 몸뚱이 하나로 내려오는

깊고 깊은 지리산으로 가라

.

지리터리풀, 원추리, 물봉선

노루오줌, 산오이, 미나리아재비

둥근이질풀, 흰제비난초, 여로, 술패랭이꽃

돌아서는 길목마다 환호로 피어있는

그대의 응원처, 여름 지리산으로 가라

.

- 2019년 7월 22일

--

--

--

작성자

비밀번호

바로가기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