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의면 동네작가 김태연) [구례 라이프] 귀촌 주간일기: 아름다운 이웃들과 함께한 시골의 가을 일상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23-11-13 13:34 조회 : 24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밀린 업무로 정신없던 한 주가 거의 끝을 달리던 금요일.

이웃 J 부부께서 저녁을 초대해 주셨다.

이웃 언니네 마당에는 예쁜 가을꽃들이 한창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하얀 봉선화.

향이 정말 좋은 장미, 제임스 갤웨이.

다음 포스팅 때에도 장미 이름을 한 번에 기억해 내지 못할 것이다.

장미는 여러 시즌에 걸쳐 계속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이 꽃을 보고 알았다.

샤넬 향수에도 들어간다는 금목서. 저 자그맣고 노란 열매 같아 보이는 녀석이 사실은 꽃이다.

그 꽃향기가 바로 옆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 냄새를 뚫고 우리 코까지 도달했다.

샤넬의 초이스가 이해되었다.

이웃집 화단을 한참 구경하고 마당 한편에서 뛰어노는 고양이에게 고양이 언어를

실험하는 와중에 삼겹살이 대충 익었다.

이것저것 많이 준비해 주셨는데 우리는 기껏 호박전 두 장 부쳐서 쫄래쫄래.

이제 오십이 다 되어가는 나이지만 구례 내려와서는 어디를 가나 막내라고 다들 많이 이해해 주신다 ㅎㅎ

이번 주는 사실 조금 특별한 주간이었다.

성향상 생일이나 기념일 챙기지 않지만 그래도 누가 알아주면 기분이 좋다.

세상 좋아졌다. 서울 친구가 인터넷으로 주문 배송한 선물이 하루 만에 구례에 도착했다.

친구야, 잘 마실게~

생일을 알아봐주신 귀촌 동기분들과 점심을 하기로 했다.

재택근무 중이라 집과 가까운 물한댁손두부 식당을 약속 장소로 잡았다.

마침 도착한 전통 막걸리를 좋은 분들과 나눌 기회가 생겼다.

먼저 도착해서 식당에서 보호 중인 냥이와 인사를 나눴다.

나를 데려가겠니? 미안해, 지금 사는 집이 내 집이 아니라서.

실물 깡패. 성격은 더 깡패!

총 모인 인원은 여섯. 손두부 2개에 파전 하나로 먼저 시작.

갓 만든 죽순 나물에 장조림, 고사리나물 등등 반찬 하나하나 다 맛있다.

걸리 한 잔 곁들이기 완벽 안주 한상.

여름에는 안 파는 순두부찌개가 다시 메뉴에 복귀했다. 청국장도 인기 메뉴

금요일 아침에는 공공도서관에서 민화 채색화 수업을 듣는다.

이제 3번째 수업인데 밑그림은 벌써 땄고 밑그림 배색을 처음으로 들어갔다.

각자 좋아하는 밑그림을 선택한 후 먹지를 깔거나 한지 위에 그대로 밑그림을 딴다.

수전증이 심하거나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누구나 가능한 작업이다.

3시간에 걸쳐 연필로 따고 먹물로 밑그림을 그린 바구니와 꽃.

그냥 해바라기로 했으면 되었을걸... 바구니 결 살리느라 30분은 더 소요한 듯.

꺄아악, 물 조절 실패. 말도 안 되는 녹색 ㅜㅜ 헤헤 망쳤다,,

반멘붕 표정으로 실실 쪼개는 나를 보고 선생님이 조용히 다가오셔서 붓을 뺏는다.

예술가의 혼을 불어 넣으며 망친 녹색을 멋지게 수리 중이신 선생님.

옆에서 물 갈아 드리고 물개박수 치면서 짜란다 짜란다, 응원 중인 동네작가.

뭔가 조선시대 신윤복이 그린 병풍 속 민화에서 본 거 같은 고급 진 배경색으로 재 탄생.

같이 민화 수업 듣는 MZ 분의 추천 식당, 명동돈가스분식.

구례읍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에서 걸어서 3분 컷. 누구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절대 안 들어갔을 법한 상호.

비슷하게는 광양숯불갈비 ㅋㅋ 선입견이 도움이 되는 경우를 살면서 경험한 적이 거의 없다.

오랜만에 이런 물가를 만났다.

시골이 싸다는 선입견을 모두 깨부쉈던 구례의 물가는 이곳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옛날 스타일 돈까스. 이게 7천 원이라니... 고깃덩어리 큼직하고 소스 달큰하니 감칠맛 폭발하고.

오랜만에 쫄면 도전 (6천 원). 쫄면의 정석같은 맛. 재방문 확정!!

지난 2년 가까이 즐겼던 월급루팡 생활은 이제 한동안 굿바이이다.

회사에 대한 복수는 이만하면 되었다. 최소한 내 퇴직연금 주식 계좌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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