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의면 동네작가 김태연) [구례 라이프] 취미 생활로 너무 바빠진 귀촌인. 삶의 만족도 200%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23-11-13 13:35 조회 : 33


우리 텃밭은 잡초 투성이. 할일 찾으면 끝도 없는 시골 생활. 그런데 내가 농사 지으려고 구례 내려온 건 아니란 말이지.

취미 생활 중 하나가 맛집 찾아 다니기. 무려 동네 단골 맛집 사장님의 추천으로 방문하는 강변맛집.

코다리 조림이 메인이다. 구례구역 근처라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밑반찬은 김, 양배추 샐러드, 나물 2종, 연두부, 미역국, 그리고 비벼 먹기 좋은 콩나물.

이쯤에서 우동사리 하나 추가해야 한다.

공기밥은 별도. 딱 메인에 힘준 한상. 그만큼 자신있다는 것이겠지.

평생 먹을 코다리 조림, 구례 와서 다 먹은 듯하다. 구례읍에는 구례밥상이라는 코다리조림 맛집이 있는데 빨간 양념 좋아하는

T는 이곳이 더 본인 취향에 맞다고 한다. 본인은 이것저것 밑반찬 풍성한 구례밥상을 조금 더 선호한다고 볼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선택이다. 예를 들어, 4인 정도 저녁도 먹고 소주 한잔 하려면 1차 장소로 강변식당,

점심 먹을 예정인데 술 한잔도 안 먹을 거면 구례밥상이 더 적합할 느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 경험이었다.

코다리조림 좋아하시면 강추.

주말에는 보통 등산이나 주변 전라도 지역 여행을 다녔었는데 이제 집에서 하루 종일 그림 그리고 자수하고 그런다.

시간이 얼마나 잘 가는지. 노안이 더 심해지기 전에 시작한 게 다행이다. 프랑스 자수는 바늘 귀에 실 꿰는 게 최대 난이도 느낌이다.

선생님은 진도 계속 나가시는데 마음은 급해져서 실수 연발. 한번 만에 바늘귀를 통과하지 못한 실은 계속 말썽이다.

침 계속 묻히고 눈은 침침해져 계속 꿈뻑 거리고,

나이들어 건조해진 피부는 손 끝마다 까슬까슬, 거기에 걸린 실은 여러 가닥으로 해체되고...

갑자기 나이 드는 게 너무 서러워 눈물 찔끔 나오려고 하는데 ㅜㅜ 자동적으로 '아 씨!' 발사되는 순간,

강사님이 휘리릭 대신 실을 꿰어 주셨다. 나는 봐 버렸단 말이야. 실을 쉽게 꿰는 요령을 말이야.

급 평온함이 찾아오고, 모든 일에 러닝커브가 생성되기 시작하는 순간에는 자존감이 저절로 상승되는 경험을 한다.

역시 고난과 역경은 넘어야 제 맛이지, 꺄꺄꺄.

넷플릭스 틀어 놓고 작업하면 만족도 2배 상승. 남들 다 본 드라마 몰아보면 꿀잼.

고개를 들었더니 밖은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업무가 두배 세배 늘어난 재택근무자는 주중에는 방 밖을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날이 있다.

그런 경우, 무리해서라도 점심엔 일부러 외식을 하기도 한다.

구례읍에 잠시 볼일 보러 나가면서 시아버지께 점심을 청한다.

현지인 맛집 업데이트가 시급한 시점에 시아버지는 최신 현지인 맛집 정보를 기꺼이 업데이트 해주신다.

시아버지는 현지인들의 최근 맛집 동향에 밝으시다. 사실 (귀촌인에게) 소개 받은 국밥집을 가려 했는데 급 브레이크!

거기는 옛날만 못혀.

오오 이런 것을 꿀 정보라고 하나. 나 진짜 동네작가만 아니면 다 풀고 싶다만, 모든 소상공인을 응원하니까...

추어탕이 맛있었던 식당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새로 들어선 식당으로 향하신다.

사님들 맛집인가 했는데...

무려 수육이 밑반찬. 반찬 딱 국밥에 어울리는 것들로만 세팅. 단무지 무침이 뭐라고 저리 맛있더냐.

돼지머리 국밥. 잡내 없이 깔끔한 돼지머리 국밥의 정석같은 맛. 들깨가루와 새우젓 넣었더니 맛 업그레이드.

시아버지는 새끼보국밥으로 드셨는데 만족하신 듯하다.

소내장탕. 들깨가루 듬뿍 넣어 먹어야 한다. 먹으면서 아는 맛인데 너무 맛있네, 하면서 먹었다.

그러다가, 아, 육수가 더 쫄았으면 딱 곱창전골이네! 요거 한 뚝배기에 소주 2병 쌉 가능!

우울해지면 나는 자수를 놓지.

삐뚤빼뚤 초보자 솜씨이지만 형형색색 의미 없는 점, 선, 면을 보면 힐링된다.

10개의 색실로 시작했으나 더 많은 색상을 원한다. 마음 같아서는 300개 정도 사고 싶은 마음.

귀촌을 가능하게 해준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되어 참 감사한 마음이다.

사실 회사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코로나로 시작된 나의 불행은 코로나로 다시 회사와 화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업무가 점점 늘어나서 이제 재택근무 중에도 야근을 밥 먹듯이 하게 된다. 진짜 밥을 먹으면서 일한다니까.

50분 일했으면 최소한 10분은 밖으로 나가 햇볕을 느끼려고 한다.

10분 동안 동이 턱이랑 배 주물주물거리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동이야 카메라 좀 봐봐. 셀카 타임ㅎㅎ

다음 목표는 나의 SNS 프로필 이미지인 퍼스트펭귄을 자수로 완성하기.

뱃대지 흰색으로 더 꼼꼼히 채웠어야 했는데..벌써 망했다.

오늘 아침 작업분량. 꽃들이 자신의 색깔을 찾아간다. 이번 주말에는 꽃들에게 모든 색깔을 찾아 주려고 한다.

내 손끝에서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귀촌 후 새롭게 만나는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최소한 지금 나에게는 이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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