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의면 동네작가 김태연) 구례의 마지막 아이언맨 철인 3종 국제경기 자원봉사 참여기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23-10-04 15:00 조회 : 8


구례에서 철인 3종 국제경기가 9월 9일과 10일 양일간 열렸다. 철인 3종 경기도

여러 등급이 있는데 구례 아이언맨은 그중 킹코스로

수영(3.8km)+사이클(180km)+풀 마라톤 (42k)를 소화해야 하는 어마 무시한 경기이다.

킹코스로 열리는 국제 대회는 구례가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과연 이 나이에도 도전할 수 있는 종목인지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하던 중 자원봉사

모집 광고를 보고 자연스레 지원했다.

2023년 9월 9일 토요일 - 선수 등록일

전날 자원봉사 리더 교육을 마치고 교부받은 티셔츠를 입고 선수 등록 장소인

구례 공설운동장으로 출동. T는 나를 공설운동장에 내려주고 오후에 자전거 바꿈터

점검 지원을 위해 지리산 호수 공원으로 가야 한다.

3, 4회 달리기 연습하던 구례 공설운동장엔 아이언맨 행사를 위한 여러 부스와 설치되어 있다.

내가 일하게 될 선수 등록 데스크. 9일 토요일엔 전일 통역 담당이지만

살짝 관련 없어 보이는 경품 추첨 데스크에 배정되다.

등록한 선수 이름 모두가 기록되어 있는 대형 전광판.

자원봉사 참여인데도 마음이 웅장해진다.

철인 3종 경기장에는 여러 스포츠 웨어와 장비 업체 부스로 번잡하다.

누가 살까 싶었지만 놀랍게도 등록 선수들마다 쇼핑 가방으로 양손 가득이다.

경기장의 부스에서는 특이한 디자인에 가격도 매장이나 인터넷보다 더 할인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제력이 받쳐 주지 않으면 하기 힘든 운동이라고 하는데

선수들의 씀씀이에 살짝 납득이 되는 순간.

운동장 한가운데에는 아이언맨 마크가 크게 설치되어 있다. 많은 선수들이 저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즉석에서 결과가 나오는 행운권 추첨. 등록을 마친 선수가 추천함에서 종이를 하나 고르면 된다.

선물은 총 100개 정도. 등록을 마친 선수가 대략 975명 정도였으니 10%의 당첨 확률이다.

보기에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고가 물품도 꽤 있었다.

예를 들어 경품인 자전거 부품 하나가 80만 원이 넘는다고...

등록비가 무려 100만 원이라고 하는데 돈까지 내고 이날 오지 않은 125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무슨 연유로 오지 못했을지 궁금했다.

(나중에 시합을 보니 아마 연습 중 부상으로 못 온 분들도 상당했을 듯하다)

등록 텐트 바로 옆에 설치된 상설 무대. 이곳도 포토 스팟. 외국 선수들도 상당히 많이 등록했다.

저녁 6시까지 등록이라 많은 선수들이 한 번에 몰리지는 않았다.

이날 서울에서 함께 영어 클럽에서 활동했던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자봉과 출전 선수로 구례에서 이렇게 조우할 줄 정말 몰랐다.

월요일 점심을 약속하고 일단 추첨권 안내. 역시 꽝이었다.

행운권 추첨 시 중복 방지를 위해 추첨을 마친 선수 번호에 마크를 한다.

2023, 9월 10일 일요일 - 경기 당일

그리고 둘째 날 경기 당일. 새벽 6시 3.8km에 달하는 수영부터 시작해서

180km의 사이클링이 열리는 지리산 호수공원으로 갔다.

나와 T는 탈의실 지원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입될 예정이었다.

12시와 1시 사이에는 선두권 선수들이 마라톤 시작점인 이곳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환복 후 풀 마라톤에 나서게 된다.

원래 탈의실 지원이었으나 현장에서 급 마라톤 출발지 근처의 갤러리들 출입 금지 시키는 업무로 변경.

점심 도시락. 이 외에 간식 봉지가 제공되었고 저녁 식대는 상품권으로 대체되었다.

뭐든지 잘 먹는 편이라 전자레인지가 없어도 잘 먹었다.

나의 업무 영역. 탈의실에서 환복하고 마라톤 레이스가 막 시작되는 곳.

알고 보니 이곳은 VIP석. 우리 텐트 맞은편은 물과 게토레이 준비된 급수대.

너무 힘들어 보여서 왔다 갔다 하며 도와드렸다.

선수들이 마라톤에 필요한 물품을 넣은 가방.

탈의실 텐트를 들어가기 전 사이클 주차 공간.

풀 마라톤을 위해 허리에는 등번호 벨트와 발목에는 칩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칩은 마라톤 출발선을 지나면 자동으로 인식되어 아이언맨 앱으로 실시간 순위와 기록이 전송된다.

회색 티를 입은 referee (심판)들이 칩 착용 여부 등을 체크하고 길도 안내해 준다.

규정에 어긋난 선수들에게 disqualified를 선언하기도 한다.

수영과 사이클을 마친 선수들은 마지막 풀 마라톤 도전에 나선다.

출발 지점부터 근육통과 고통으로 어그적 거리는 선수가 많이 보였다.

물을 마시기보다는 차가운 생수통을 머리와 몸에 마구 붓는 선수가 많았다.

이날 낮 기온이 30도를 넘었다.

저렇게 반팔을 입은 경우 어깨와 목에 햇빛으로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선크림을 찾는 선수가 많았지만 우리 쪽 데스크에는 아쉽게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헐렁하거나 민소매를 입은 경우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에 바셀린을 발라야 한다.

그리고 에어파스도 많이 필요했다. 여러 개 비치했지만 금방 소진되었다.

외국 선수들이 순위권에 많이 들어왔다. 본 경기에서 20위 안에 들면 하와이와 프랑스

등에서 개최되는 더 큰 킹코스 아이언맨에 출전할 자격이 주어진다.

선두 그룹의 선수들은 운동선수의 기운이 뿜뿜 느껴진다.

한국 선수들이 많이 출전하기도 했고 순위권에 많이 포진되어 있는 상태였다.

본인 가방을 찾느라 분주한 선수. 규정이 상당히 까다롭고 세심하게 챙겨야 하는

요소들이 많아 경기 운영에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겠다.

코로나로 인해, 그리고 2019년에는 태풍으로 인해 4년 만에 열리는 대회.

생수로 물 샤워 중인 선수. 저렇게 생수병을 쓰고 바로 수거하지 못하면 다음 선수의

발에 걸릴 수 있어서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봤다.

그러나 다들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쓰레기통을 찾아서 버리려고 했다.

안타까운 에피소드도 많았다. 여자 선수 중 상위권 선수 중 한 명은 발목 칩

미부착으로 다시 텐트로 돌아왔다. 계산해 보니 대략 5km 정도까지 달렸다가 생각나서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렇게 칩이나 등번호 미부착으로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온 선수가 대여섯 명...

아니 그걸 어떻게 까먹을 수 있지라고 말할 수 없는 게, 이미 마라톤을 시작하는 시점에는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은 앞에 엉켜 있는 사이클 2대를 피하려고 핸들을 틀다가

땅에 떨어진 물병을 미처 못 봐서 자전거와 함께 심하게 넘어졌다.

다행히 헬멧으로 떨어져서 어깨뼈나 쇄골이 부러지진 않았다.

마라톤을 뛰려고 했지만 팔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가족들이 말려서 기권 선언.

넘어졌을 때 자원봉사분께 신경질적으로 고함을 질러서 너무 미안해하셨다.

일본인 여자 선수는 사이클링을 마치고 들어오다가 뒤에 따라오던 선수의 헬멧에

목덜미를 정통으로 맞고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기권 선언. 고통이 너무 심해 보였지만 병원 가는 것은 거부했다.

한국 분은 앞 선수 따라서 정신없이 페달을 밟다가 한 바퀴를 덜 돌아서 실격 처리.

코스 인지를 제대로 못한 본인을 탓했지만 본 사이클링 코스가 매우 복잡했다는 중론이 많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기록이 20분 정도 늦다는 듯.

바꿈터 보급소가 중위권 선수들로 복잡하다. 의외로 콜라를 찾는 선수가 많았다.

콜라는 다음 배급소에 비치되어 있다.

그 텅 빈 주차 공간에 자전거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다. 시각은 오후 5시 15분 정도.

5시 47분 정도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컷오프로 탈락이다.

아침 6시부터 거의 12시간 쉬지 않고 레이스를 펼친 선수들.

마라톤은 밤 12시까지 끝내지 않으면 컷오프이다. 맥스로 총 18시간 내에는 경기를 끝내야 한다는 계산.

아이언맨, 말 그대로 철인의 힘이 요구되는 경기이다.

구례 지리산호수공원의 자봉 시간이 끝난 시각에는 T나 나나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그래도 선수들이 도착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구례공설 운동장으로.

이미 레이스를 끝내고 기념 촬영 중인 선수들이 많았다. 내가 궁금한 건 하위권 (이런 표현도 싫지만...) 선수들.

어떤 표정과 심정일지 너무 궁금한 것. 그러나 지금 시각은 이제 겨우 7시 반 정도...

3시간 정도는 더 있어야 볼 수 있을 거 같은 장면들은 아무래도 오늘 볼 수 없을 듯하다.

피니시 라인에서는 메달과 음료, 기념 티셔츠 등을 배포하고 있는다. 촬영팀도 있다.

도착 지점에는 가족분들도 많이 대기 중이다. 쓰러진 채 누워 있던 저 선수는

그 후로는 계속 저 상태였다. 왠지 알 거 같은 상태.

구례 아이언맨 피니시 라인에 도착하는 선수들. 거의 12시간 레이스를 펼친 상태이다.

수영은 1시간 20분, 사이클은 거의 6시간, 그리고 풀 마라톤은 4시간 30분.

여자 선수 대단하다... 애가 하나 둘 있는 엄마와 50대 여성 선수가 많았다.

메달 색깔이 필요 없는 영광의 표시.

안타깝게도 국내 유일한 킹코스 국제규격 대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5년간 유지되는 라이센스를 이번 해에 연장하지 않겠다는 현 지방정부의 결정이다.

인구 2만의 구례군에 전세계에서 천 명이 넘는 선수가, 그리고 지인과 가족까지 포함하면

그 두 배 세 배의 관광객이 유치되는 경기를 성공적으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치뤄 낸 구례의 저력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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