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승의 지리산통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올까!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9-08-08 14:09 조회 :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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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1년 배부르고 10년 농사 망친다, 친환경농업 망치는 철쭉 심지도 임대하지도 맙시다, 철쭉 제초제 과다 남용, 오염되는 우리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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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여 전부터 지리산 아래 구례 들녘에는 철쭉이 꼽히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재배 단지가 늘어나더니 지금에는 문전옥답 뿐만이 아니라 산골마을 다랑이 논에도 철쭉이 자라고 있습니다. 3대 3미의 고장이라 자랑하는 기름지고 광활한 구례 들녘이 정체없고 국적없는 철쭉으로 점령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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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200헥타르의 들녘 중 차 운행이 원활하고 물관리가 잘 되는 논이나 밭 10%가 이미 철쭉으로 잠식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점차 재배 면적이 넓어지고 넘치는 임차 수요로 인해 처음에는 한 마지기(200평)당 30~40만원 하던 토지 임차료가 요즘은 70~80만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900평 단지별로 임차되는 관계로 년간 한 단지 임대수익이 300여 만원에 이르러 농사짓는 것보다 농가 수익이 증대되는 착시 현상에 많은 농가가 현혹되고 있으나,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는 제초제의 피해로 임대 2년 후에는 아무 것도 심을 수 없는 황폐한 땅이 되고 마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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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개발이나 신도시 사업 등으로 철쭉의 수요가 증대되고 있으나 마땅히 재배할 농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동안 재배했던 전라북도 완주군 일대도 농민들의 뒤늦은 자각과 제초제의 피해로 더 이상 임차할 곳이 없어 사람 순박하고 인심좋은 구례로 몰려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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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지기당 1.5천개, 900평 한 단지당 6.5천개가 2년 후에 출하되므로 포기당 1,500원의 거래가격으로 치면 철쭉 재배 당사자는 1억원의 소득을 확보하는 셈입니다. 500원이면 본전이므로 무차별적으로 약을 치고 친환경 농업단지를 황폐화시킨 후 다른 재배지로 옮겨가므로 후속 피해는 고스란히 현지 주민이 안게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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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밭을 보십시오. 풀 한 포기 없이 깔끔합니다. 주민들의 눈을 피해 새벽녘에 살포하므로 그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내적으로 오염되는 토양과 물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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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화훼 상가들이 점령한 철쭉밭을 더 이상 두고 보는 것은 우리 구례의 허파를 잘라내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지리산과 섬진강 그리고 3대 3미의 아름다운 영토가 유린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하늘이 내려준 이 땅을 지켜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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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들녘에도 봄은 올 건가!

봄이 오는 것이 두렵습니다.

1년 배부르고 10년 후회합니다.

철쭉 심지도 임대하지도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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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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